부부 중 일방의 외도로 협의이혼을 결정한 경우 협의이혼이야 당사자들 사이 자율적으로 정한 문제이기에 제3자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유책자만이 이혼을 원하고, 나머지 타방 배우자가 그러한 상황에서까지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경우라면 이혼을 원하는 유책배우자로서는 부득이 재판상이혼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피다 걸리면 용서해달라 싹싹 빌어도 모자랄판에, 되려 “마침 잘 됐다”며 당당하게 이혼해달라고 요구해오는 적반하장의 경우 이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고 합니다. 간통죄 폐지로 바람/외도/간통/불륜에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상대방에게 이혼해달라고 종용해오는 일이 현실에서는 자주 발생합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소송 청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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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일방에게 중대한 혼인관계상 의무위반행위, 즉 유책행위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이혼을 인정하고, 이혼원인으로서의 유책행위를 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음
배우자의 일방에게 유책행위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에 이혼을 인정하고, 혼인관계의 파탄과 같은 추상적인 일반조항을 이혼원인으로 규정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함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1990.1.13>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이혼에 관한 우리 민법 제840조 제1호 내지 제5까지는 유책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평가되며, 다만 동조 제6호에 관하여는 오랜기간 유책주의에 근거한 것인지 파탄주의에 근거한 것인지 연혁적인 대립이 지속돼왔는데요.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민법 제840조 제6호 재판상 이혼사유 역시 원칙적으로는 유책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것”으로 정리내렸습니다.
유책주의에 관한 대법원 판례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는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데에는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가족과 혼인생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나)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볼 때,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이혼]).
재판상 이혼 유책주의의 문제점
불륜/외도와 상관없이 이미 혼인생활은 깨졌어요. 계속 같이 살아야 하나요?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언제나 부정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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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부부 중 일방의 외도와는 무관하게 이미 혼인생활이 파탄된 경우, 이미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 관계가 종료된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그 가정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성과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그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라면, 부부의 혼인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당사자 쌍방에게 무의미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이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경우
상대방에게도 이혼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상대방에게도 이혼의사가 있다고 인정되지만 단지 오기나 반감(보복적인 감정) 등의 이유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을 거부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부 쌍방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경우이 경우가 실제 이혼 소송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부부 중 일방이 혼인생활 중 바람을 핀 것은 맞으나 일방의 외도 이외 부부 쌍방의 혼인생활 중 혼인파탄의 원인이 되었을 법한 이혼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실무에서는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타방의 책임을 물어 재판상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이 부부 쌍방에게 있는 경우라면, 또한 혼인파탄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가볍다면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도 허용될 수 있겠습니다.다. 다른 원인으로 이미 혼인생활이 파탄된 후, 원고의 유책행위가 있었던 경우이미 다른 사유로 혼인이 파탄된 이후 일방 배우자가 유책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에 발생한 사정이므로 파탄 이후의 사정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겠죠?라. 이미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된 경우부부 중 일방의 유책행위로 인해 30~40년이 넘도록 별거상태가 지속되어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되기에 이르렀다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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