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와 횡령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
A는 1995. 10. 20.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위 종중 소유인 파주시 적성면 (이하 주소 1 생략) 답 2,337㎡, (이하 주소 2 생략) 답 2,340㎡(이하 위 두 필지의 토지를 합하여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명의신탁받아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A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기 위한 돈을 차용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5. 11. 30. 채권최고액 1,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2003. 4. 15. 채권최고액 75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였다.그 후 A, B가 공모하여 2009. 2. 21. 이 사건 토지를 공소외인에게 1억 9,300만 원에 매도하였다.검사는 위 매도행위를 횡령죄로 기소하였다.
선행 처분행위로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이루어진 후행 처분행위가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및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한 행위가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피해자 갑 종중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 을이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돈을 차용하기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후 피고인 을, 병이 공모하여 위 토지를 정에게 매도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토지 매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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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선행 횡령행위로 인하여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 이상, 그 이후에 이루어진 당해 부동산에 대한 별개의 근저당권설정행위나 당해 부동산의 매각행위 등의 후행 횡령행위는 이미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한 부동산 전체에 대하여 다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것이 논리상 자연스럽다.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미약하여 과도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후행 횡령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일반인으로서도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함이 마땅하다고 여길 만하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처벌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지 아니하고도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러한 해석을 하려면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보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충분하다.
횡령죄(횡령액 67,826,210원)로 징역 6월의 실형 선고된 사례
피고인은 2009. 1. 14. 피해자 A로부터 대전 **구 **동 00아파트 **동 **호를 피해자의 어머니 P명의로 낙찰받게 해 주기로 하고 낙찰 착수금 명목으로 6,800,000원, 2009. 4. 13. 등기비용 명목으로 1,984,210원, 2009. 4. 24. 낙찰 대금 명목으로 58,212,000원, 2010. 2. 12. 토지 등기료 명목으로 830,000원을 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 중 각 그 무렵 마음대로 개인적인 용도에 합계 67,826,210원을 소비하여 횡령하였다.
‘상당 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라는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가 있고,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직무수행의 기회를 이용하여 저지른 범죄로서 ‘범행 수법이 불량한 경우’라는 가중요소가 있으므로, 횡령범죄의 양형기준 제1유형(1억 원 미만)의 기본 영역에 해당하고, 권고형량은 징역 4월 내지 1년 4월이다.
‘상당 부분 피해 회복되었고, 최종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실질적인 손해액이 상당히 작은 경우’라는 긍정적 주요 참작사유가 있고,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미합의’라는 부정적 주요 참작사유가 있다. 따라서 양형기준상 피고인에게는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권고되지는 않고 집행유예 참작사유를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하여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피고인이 2010년경 법무사사무실 사무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며 그 기회에 업무상횡령, 사문서위조, 공전자기록불실기재 등 다수 범죄를 저질렀고(2회 벌금형 처벌받았음), 이 사건 범행 시기도 그 무렵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도 1회적 범행이 아니라 그 무렵 피고인의 반복적 범행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피고인이 횡령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피해를 회복하지 않고 00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가 자신 명의로 경료되어 있음을 기회로 추가로 2010년경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사용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나쁜 점,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일반인들이 법무사에 대하여 갖는 건전한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집행유예의 긍정적 참작사유가 있으나, 피고인에게 주문과 같은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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